지난 5월 31일, 대한의료정책학교가 주최하여 열린 정책 간담회는 단순히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아닌,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의료계가 겪은 혼란과 위기 속 단절되었던 소통의 진심 어린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정치권과 전공의, 의대생이 한자리에 모여 의료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었던 점이 무엇보다 상징적이고, 뜻깊었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준비하며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학생과 전공의는 정책 논의에서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야 하는 문화에 놓여 있었습니다. 의료계의 수직적 구조와 도제식 교육 환경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쉽게 무력화시켰고, 이는 단지 한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다가왔습니다.
간담회 당일, 많은 학생들이 의료 교육 현장의 문제점과 복귀를 둘러싼 고민, 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진지하게 나눠주었습니다. 특히 한 전공의 선생님이 “특례 복귀 이후, 나의 목소리를 과연 누가 들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참석자 전원이 무거운 침묵 속에서 깊은 공감으로 맞이한 순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회의감이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구조”에 대한 집단적 자각이었고, 그 자각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전공의가 요구한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꾸준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 실질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나 병원 단위의 수련위원회 등 실제 정책이 집행되는 공간에 당사자가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은, 앞으로의 의료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주는 요청이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선우, 김윤 국회의원께서 직접 참석하셔서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 성실히 임해주셨고,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응급환자 이송체계 정비, 지역의사회 중심 통합돌봄 등 세 가지 정책 제안이 공식 전달되었습니다. 두 의원 모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의지가 있음을 강조하며, 지속적인 소통 구조를 함께 만들자고 화답해 주셨습니다. 이는 단발성 간담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간담회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복귀’라는 명제를 넘어, 진정한 ‘복원’과 ‘재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무너진 신뢰의 자리에 필요한 것은 제도적 장치와 진심 어린 소통이며, 그 자리에 학생과 전공의가 당당히 함께 서야 합니다.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분명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생과 전공의는 더 이상 의료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변화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배우는 입장’이라는 이유로 논의에서 배제되던 과거에서 벗어나, 오늘처럼 의견을 모으고, 고민을 공유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의료계의 새로운 변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간담회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 가능한 공론의 장으로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대한의료정책학교 운영위원단은 이번 자리를 시작으로, 의료정책과 수련환경, 의료교육 개선을 위한 정기적인 간담회, 토론회, 정책 제안 포럼 등을 기획할 계획입니다. 더 많은 학생과 전공의, 다양한 직역의 의료인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여,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적 기반을 만들어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신 두 분 의원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용기 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신 모든 학생들과 발언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자리가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그날의 간담회가 지금의 변화를 만들었다”고 기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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