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 전례 없던 의정갈등 사태 속에서 이재명 행정부가 출범했다. 현안을 어떻게 해결하고 봉합할지에 가장 귀추가 주목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평시가 아닌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정부가 어떤 보건의료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보다 장기적·거시적으로는 어떻게 우리 미래의 의료지형을 바꾸어나갈 방향성을 펼치려고 할지 알아보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해당 칼럼에서는 이재명 행정부가 시행하고자 공표했거나, 이전 행보 및 발언, 보건의료정책 결정 및 조율 실무자 및 결정권자의 경향성을 분석하여 이재명 행정부의 보건의료공약 전반을 개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며, 이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여 현상적인 차원을 넘어서 조금 더 깊게 미래 전망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공공의료사관학교 및 지역의대 신설, 의대정원 증원(지역복무 조건을 가진 의료인 양성기관)
지역의사제 도입(정원 외 지역복무 조건으로 의사 면허 및 학비 지원 등 연계)
기존 의과대학 입시 지역전형선발 강화
이재명 정부는 각 지역(지방자치단체 단위) 안에서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해 완결적 의료를 형성하여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공공의료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한다.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의료공급자(의사①, 병원②)을 늘리는 방안을 채택하겠다는 근본적인 기조는 변함이 없으나, 그것이 지역의료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방편을 더 구체화하여 설계한 흔적이 보인다③. (문 정부 당시의 공공의대 반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한국의료는 의료의 user(국민)과 payer(정부)가 별개이므로 무분별한 의료소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provider(병원, 의사)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반대로 병원을 증설하고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은 재정적으로 불건전한 의료행태를 조장한다. 한국의료체계에서 40-50년 이상을 의사로서 살아가야 하는 의대생·전공의에게 당장 닥친 건강보험재정의 고갈은 국민건강과 의료에 대한 실체적 위협으로 느껴진다.
분명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의사면허분리제도, 면허갱신제도 등의 추가적 정책을 도입하거나 공공병원증설 대신 닥터헬기운영 등 의료접근성 증진 등의 대안적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의료사고 국가책임제 확대(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는 체계 마련)
의료인 공제조합·공제보험 활성화(법적 리스크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수의료 부족의 근본적 문제라고 의료계가 줄곧 주창하던 소송 리스크를 짚어내어 완화하고자 노력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무과실 배상제도의 국가책임제를 분만, 소아에서 응급, 외상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형사처벌 면제, 위험도 기반 수가개편까지 바라보고자 하는 체계는, 만약 전면적,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필수의료의 부족을 효과적으로 해소해 낼 수 있을 방향으로 보인다. 의료인 공제조합 및 보험의 경우, 현 시스템과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는 현실적 도입 구체안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따라, 현재 기피과의 경쟁률이나 기피도가 극단적으로는 아니어도 조금이나마 변화할 수는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동시에, 사무장병원 및 불법의료기관 단속 강화 정책 방향성도 눈에 띈다. 현재는 의료기관 개설자에만 국한되어 있지만, 이전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으로 보아 의사의 의료행위 밖의 도덕적 해이 또한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자명하다. 해당 정책과 법안의 근본적 취지인, 의사와 병원의 의료행위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옳다. 그러나 관리 주체와 방법에는 많은 시정 및 숙고가 필요하다. 정부 측에서 의사면허관리 주체가 의협 측에 있는 것이 이해관계가 상충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도입하고 의료기관 관리 지원단을 개설하고자 하는 것은 이해관계 상 성립하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해서는 독립수사기관을 신설하거나 기존의 사법기관에서 의료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지역사회 다학제 주치의 팀 협업(다직종, 사회기관 네트워크협력 구축)
돌봄통합지원법
정부는 현재 기능적 일차의료가 부재한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이를 보강하여 환자 중심적 의료를 구축하고, 의료공급자(의사, 병원)에서 탈시설, 탈원화를 이뤄내고자 하는 목표를 드러낸다.
현 체제 아래 다수 존재하는 1차 의원을 활용하여 기반 주치의 체계 등을 설계하고자 했으나, 원론적으로는 탈시설 및 탈원화가 이상적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근본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실현 가능성이 떨어져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을 때 그 실패한 정책이 환자·국민에게 얼마나 큰 부정적 여파를 미칠지도 고려해 보아야 할 사안이다.
미래의 주 의료공급자인 의대생·전공의는 보다 단기적 시야에서 현 정책적 기조에 수반하는 의료 변화에 주목해 봐야 한다. 주치의 역할이 가능한 가정의학과, 내과 등이 주목받거나, 수련의 체계가 일차의료 양성의 목적을 띄고 네덜란드, 캐나다처럼 GP(FM)수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체계를 개편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둘 수 있다.
또한 통합돌봄, 약국체계 강화, 방문진료 등에서 타 직역과의 관계성 또한 주안점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다. 돌봄의 경우, 일반적으로 협업하는 의료직역이 아니라 사회복지사, 지역사회기관과도 긴밀한 협업을 이루어내야 하며, 약국체계 구축과 관련해서 성분명처방, 대체조제, 전자처방전 등의 사안에서 직역 간 업무 영역 조정의 문제 등 다양한 사안에서 업무 범위의 정확한 규정, 조정, 협의 방안 등을 논의하고 그 과정에서 건전한 의료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측에서는 의사 측의 반대를 이권 침해에 대한 반발로만 단편적으로 해석하여 무시 일변도로 대응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인 반대와 방어적 대응보다는 더 효과적이고 비가시적인 방안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타 분야에서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AI를 의료분야에서도 주목하여, 디지털 기술과 발맞춰 의료 또한 그에 걸맞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인다.
비대면 진료의 경우 접근성 향상과 공공적 안전망으로서 제도화하려는 방향성 자체는 좋으나, 환자 안전, 법적 책임, 초진 확대의 적절성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의료, 법적 규제 각 분야의 긴밀한 이해와 협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의 경우, 다수가 이 정책을 비대면 진료에서의 공적 안전망 구축으로서 보조적 역할로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과거 경향성을 보면 이를 통해 환자 정보 활용 동의를 확보한 후 환자 안전·행정 효율·데이터 활용성을 입증하여 국가적 공동관리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중장기적으로는 EMR 표준화, HIS 통합까지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 플랫폼 규제 법안 도입을 보면, 디지털 시대의 의료 확장성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상황 당시 확장된 비대면 의료 시장을 적절하게 규제할 방안을 모색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주의로 운영되던 의료분야의 결정 과정에 비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편입시키려는 이재명 정부의 시도와 방향성은 자명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의료파업,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의정갈등을 함께 고려해 볼 때, 이재명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이 업무, 시스템적 지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의료변화를 개척하려고 하나, 동시에 목표하고자 하는 의료의 방향성에 국민을 참여시키고 여론을 반영하고자 한다. 의료는 전문성이 높은 분야인 만큼 전문가의 의견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지만, 의료정책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은 모든 국민이고, 그 영역은 건강과 생명이니만큼, 일견 비과학적이거나 비효율적으로 느껴지더라도 비전문가의 이해와 합의를 받고자 하는 민주적 방향성은 의료인으로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료 타 직역과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돌봄 등의 정책적 기조가 특히 더 긴밀한 협력을 요구하기도 하고, 직역 간 업무범위 조정에 있어서도 의료계 또한 조금 더 거시적 시야를 가질 필요성이 보인다. 물론 현재 제안된 정책 각각의 비합리성이나 정합성을 따져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간호법, 성분명 처방 등의 정책적 기조는 분명하게 의사의 업무범위를 감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의사의 이권침해 문제가 아니라 자격요건을 갖춘 행위자가 적절하고 적법한 의료행위를 해야만 환자의 생명권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를 대응하는 방식에 있어서 무조건 반대, 간호법 폐지의 주창이 아닌 PA 수련제도 도입, 이를 전공의 수련 및 대학병원 내 의사 체계와 유기적 연결을 가능케끔 개편하는 방식 등의 보완적 정책 제안을 통해, 의료계의 이권 독점자가 아니라 의료계의 선도자,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의대생·전공의는 이재명 행정부를 바라볼 때,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고 복귀 및 의정갈등 봉합의 주체로서의 역할만을 기대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이재명 행정부 산하 보건의료정책을 결정하는 실질적 주체들과 이전부터 일관적이었던 보건의료정책의 기조에도 그 귀추를 주목해야 하며, 불안정한 현 상황을 틈타 보통 때라면 도입할 수 없었던 정책을 시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젊은 의료인 및 예비 의료인은 다른 기성의사들과는 다르게 30~40년 후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의료지형에도 당연히 관심 가져야 하지만 동시에 초단기적이고 국소적인 범위의 의료인, 본인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의료교육 및 전공의 수련, 각 과의 전망 및 정책 기조에 따른 변화 양상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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